태어난 지 몇 개월 만에 서울로 이사를 하여 서울에서 주로 성장을 했지만, 방학만 되면 부모님들이 태어난 시골로 내려가서 시골에 사는 사촌들과 어울려 촌놈으로 방학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사람이면서 유독 어린 시절 시골에 대한 추억이 많습니다. 태어난 마을 앞에 제법 커다란 시내가 흐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징검다리였는데 중학교 때 즈음 다리가 놓였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홍수로 다리가 끊기자 그 보다 더 든든한 다리가 놓였는데 지금까지 멀쩡합니다. 이렇게 홍수로 다리가 끊길 정도의 수량을 갖고 있는 시내여서, 여름이면 천렵이 하루 일상이었고 겨울이면 얼어붙은 논과 시내에서 썰매를 타는 일이 하루 일과였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시내물이 워낙 맑아 겨울에 얼음을 깨어 입에 넣어 먹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축산업이 기업화하면서 상류에 많은 축사들이 난립을 하여 청계천에 흐르는 물 만큼도 깨끗하지 않은 개천이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중학교 시절, 이 시내가 수량이 풍부하여 태어난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댐이 생긴다는 말을 어른들이 주고받으면서 한 걱정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되면 태어난 마을을 비롯하여 인근에 있는 마을들이 모두 수몰이 되어 하루아침에 고향을 잃어버리는 일이, 수 백 년 동안 그곳에서 이어 살아오던 어른들에게는 날 벼락같은 일이었을 겁니다. 면사무소 직원들이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분들과 함께 동네 어른들을 수시로 만났습니다. 어른들이 주고받는 말 가운데 이 일을 막을 만한 힘이 있는 누군가를 찾아내려고 애를 쓰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어찌 되었든, 누군가를 찾아냈는지 아니면 수량이 더 많은 다른 시내를 대안으로 찾았는지 댐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곳에 가면 어린 시절 추억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어른들이 모두 떠나고 다음 세대가 근근이 마을을 지켜내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사드배치 문제로 인한 갈등을 보면서 예전 생각이 났습니다. 몇 대를 이어 살아 온 고향마을에 미사일배치라는 현실이 충격이었을 겁니다. 더욱 사실 확인이 안 된 괴담들이 그곳에 오래 살아 온 분들을 힘들게 했을 겁니다. ‘왜 하필이면 성주냐를 앞세워 길을 막아서는 마을 주민들의 소리는 조만간 사람들의 귀에서 잊혀 질 겁니다. 이 문제에 소극적 내지는 부정적이었던 대통령이 내린 영이어서 아무리 반대를 고집한들 사드가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대통령의 고뇌가 읽힙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이 답답하고 아픕니다. 길은 없는데 자꾸만 뭔가가 우리를 벼랑으로 내모는 느낌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매우 위험한 핵이라는 장난감을 갖고 절묘하게 줄타기를 하는 북한 정권의 묘수를 날려버릴 지혜가 절실한 때입니다. 아무리 고민하고 기도를 해봐도 전쟁은 아닙니다. 천하보다 고귀한 생명들 보다 더 귀한 가치는 이 세상에 없기 때문입니다. 젊은 가슴들이 욜로를 앞세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살아가지만 전쟁의 소문이 무성한 때에 그들의 미래가 먹구름 같아 보여 답답합니다. 역사를 주관하시는 이 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의지할 뿐입니다. 절박함으로 기도할 때가 바로 오늘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