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일 년 전에 약속한 의사와의 진료를 위해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감기 몸살을 심히 앓는 중에도 약속한 검사를 위해 한 주 전에 CT 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했는데 그 결과를 듣기 위해서 였습니다. 작년 12월에 예약한 만남인데 의사선생님이 중간에 또 다른 곳이 아프셨군요.”라고 옅은 미소와 함께 묻습니다. 그리고 수술로 치료가 잘 되었는지를 물으시면서 관심을 보입니다. 감사하게도 한 주 전에 검사를 받은 모든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우리의 건강은 우리의 마음대로 할 수 없음을 알기에 이런 의사와의 만남은 언제나 수험생심정입니다. 수능성적표를 받을 때의 심정이며 합격자 발표를 보는 심정입니다. 그렇게 많은 진료실 앞에 사람이 넘쳐 납니다. 그것도 동행한 환자를 제외하면 반 이상은 몸에 이상이 있어 의사를 만나려는 사람들입니다. 표정이 한결 같습니다. 말수가 거의 없고 먼저 진료를 받고 나오는 다른 환자의 표정을 살핍니다. 의사에게 좋은 예후에 대한 말씀을 듣고 나오는 환자는 비교적 밝은 표정입니다. 합격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나오는 분도 있는데 남일 같지 않아 딱한 마음 가득합니다. 병원을 올 때마다 매번 갖는 마음이지만 우리의 살아가는 모든 순간순간이 모조리 주의 은혜라는 겁니다. 보는 것, 듣는 것, 냄새를 맡고 숨을 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계단을 걸어 오르고 내릴 수 있다는 것 모조리 말입니다. 문득 3년 전 쯤 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5부작으로 방영한 슈퍼맨 의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남자 아이가 체조를 하다가 목을 다쳐 6,7번 경추 이하가 완전 마비가 되는 불운을 갖게 된 이승복이라는 분의 인생스토리입니다. 1년여 간의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휠체어에 몸을 실어야 했고 갑자기 주어진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이 때 그는 자신과 같은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이 많은 것을 보고 그들을 돕고 치료하는 의사의 길을 갑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미국에서도 의사가 되는 길은 정상인도 감당하기 힘든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결국 존스 홉킨스 대학병원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되어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공감을 통한 좋은 의사의 길을 걷는다는 내용이 TV에 방영이 되었었습니다. 지금은 하버드대 의대에서 그가 하고 싶은 의학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쓴 책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에 한 문장이 인상적입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나의 선택이 나의 방향을, 그리고 나의 삶을 이끄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장애인 의사의 불굴의 삶을 보고 도전을 받았습니다. 삶을 포기하려 했던 분들 가운데 다시 용기를 내어 살아가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문제는 이승복 의사에게 있는 두가지를 사람들이 간과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다.’는 말에서 이 마음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처절하도록 밑바닥을 경험한 아픔의 열매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삶의 주인이 그 자신이 아니었다는 겁니다. 주님이셨습니다. 그래서 그가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일할 때에도 아픈 환자들에게 용기만을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이 너와 함께 하신다.’는 하나님이 우리의 삶의 주인이심을 언제나 겸손히 말하곤 했었습니다. 장애가 그에게 없었다면 그는 지금 꽤 유명한 체조선수가 되어 있었을지 모릅니다. 장애가 그를 그렇게 만든 건 아닙니다. 삶의 어느 상황 가운데에서도 주의 인도하심을 믿는 믿음이 이런 열매를 맺게 했을 겁니다. 열매 가득한 우리 모두의 삶을 소망해 봅니다. 또 다른 이승복을 위해. 샬롬!